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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언론이 청년들이
언론이 뭔지 알아가고,
자기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창간 10주년을 맞은 독립 언론 ‘뉴스민', 천용길 편집장 인터뷰

교지에서 출발한 생각이 어느덧 하나의 언론사로 탄생

지역의 아주 작은 단위까지 이야기로 만들 것

  올해로 창간 10주년을 맞은 대구의 한 신문사가 있다. 2007년, 대학도 졸업하지 않은 교지 출신의 학부생은 지역에서 목소리가 묻힌 것들을 조명할 수 있는 언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부터 자체적으로 2년 간 지역의 언론들을 모니터링하고, 신문사에 직접 찾아가 일을 배우며 제대로 된 언론사 하나 차려보자는 의지 아래에 2012년 ‘뉴스민’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당시의 최저임금은 80만 원이어서, 단돈 300만 원으로 세워진 언론사였다. 경북대학교 ‘복현’ 교지를 만들며 뜻이 맞는 학생들끼리의 다짐에서 출발한 언론사는 어느덧 공채 채용을 할 수 있는 대구의 유일한 진보 언론사로 자리 잡았다.

  현재 ‘뉴스민’에는 천용길 편집장을 포함해 취재기자는 5명, 영상 콘텐츠 제작팀은 3명으로 구성된다. 뉴미디어 환경에서 시작된 언론사만큼 유튜브 채널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뉴스민'의 한편에는 방송 장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은행도 대구은행만 쓰고 소주도 참소주만 마신다는 천용길 편집장은 ‘대구의 가장 작은 단위'까지 이야기를 담아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역 언론이 어떤 방식으로 청년들을 모아야 할지 그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지금, ‘부산MBC 모니터단 취재팀'이 직접 대구의 편집국으로 방문해 그의 이야기를 낱낱이 들어보았다.

 

 

 

 

 

 

 

 

Q. 지역 언론에도, 그리고 청년들도 ‘결국 뉴미디어다'라는 답으로 돌아가고 있다. ‘뉴스민'은 시작할 때부터 지면 발행이 아닌 인터넷 신문사로 뉴미디어에서 출발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영상 같은 분야는 낯설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 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

- 유튜브로 흐름이 바뀌면서, 서울에서 하는 걸 따라가려고만 하더라. 하지만 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부분은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서울과 지역의 경우 언론사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무작정 따라가는 건 소용이 없다. 지역에서는 지역 언론사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자! 우리 뉴미디어로 가야 해!”한다고 하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보다는 영상과 텍스트 중 이 콘텐츠를 어떤 방식을 선택했을 때 더 전달력이 높고 효과적일지 판단을 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오지를 갔을 때, 텍스트로 보여주는 것보다 영상 한 번이 더 효과적인 것처럼 말이다.

- 2016년에 경북 성주에 사드 배치 발표가 나고, 우리 ‘뉴스민'도 취재를 나섰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오던 날 5천여 명의 시민들이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한두 시간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고, 그때는 몇 시간 동안 대치가 이뤄질 것 같았다. 그런 내용을 일일히 텍스트로 전해봐야 같은 말만 반복하고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이걸 실시간 영상으로 송출하는게 현장감을 더 담을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 그래서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삼각대에 휴대폰을 설치하고 중계를 했는데, 200-300명이 들어와서 본 거다. “어, 이게 먹히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기자를 소집했다. 내일부터는 성주 군청으로 출근하라고 했다. 매일 저녁 열리는 촛불집회를 휴대폰으로 생중계하라고 했다. 중계를 해야겠다는 결심에 큰맘 먹고 카메라도 갖추고, 영상을 제작하는 환경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 그러다가 2017년쯤에 팟캐스트가 새롭게 떠올랐다. 흔히 아는 ‘불금쇼’, ‘김어준 방송’이 들어왔다. 우리도 팟캐스트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해보고 나니까 생각보다 조회수가 적더라. 다른 팟캐스트를 살펴보니 콘텐츠 자체가 신선하거나, 유명인이 있을 때 조회수가 따라온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 김수민 시사평론가 같은 분들을 모셔서 지역 정치를 가지고 해보자 다짐했다. 그러고 나니, 에피소드당 10만 명씩 들어왔다. 나중에 찾아보니, 대구에서 팟캐스트를 만드는 곳이 뉴스민 밖에 없어서 대구 지역의 시청자들도 많이 붙었다. 하다 보니까 영상으로 보여주면 안 되냐는 반응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유튜브로 넘어올 수 있는 흐름이 마련됐다.

Q. 전문가가 없어서 도전하는 과정이 난감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텐데, 실행력이 좋은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을까?

- 실패하더라도 의사 결정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전체 직원 숫자도 적고, 우리끼리 회의하면서 아이디어가 나오면 곧장 시도해 볼 수 있었다. 

- 운영을 바꾸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역 언론의 같은 경우는 (오래된) 유튜브 채널 하나를 운영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가 몇 단계나 있다.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생각한다. 시스템이 복잡하고 몇 사람만으로 굴러가는 기업이 아니니까 말이다. 반면에 그런 경우에는 돈과 자본이 있으니까 결정만 한다면 진행할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 있는 콘텐츠, 새로운 콘텐츠를 지역 일간지 급의 매체들이 해줘야 하는 게 지역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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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역 언론의 방향성에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어떻게 나아가야 지역 언론만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 대구은행만 쓰고 참소주만 마시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에게 그걸 강요할 수는 없다는 걸 안다. 그런데도 지역이 살아남고 지역민들이 상생할 수 있는 기업들을 만드는 일은 지역에 남은 사람들이 해야 한다. ‘뉴스민' 유입을 살펴보면, 대구 경북 지역보다 수도권 지역에서의 유입이 더 많다. 결국 지역민에게 구미가 당기는 뉴스를 자꾸 만들어야 정체성도 잡을 수 있는 거다.

- 우리도 대구 경북이지만 비율로 보면 경북이 지역이 더 넓고 지역이 더 작은 단위로 많이 형성되어 있다. 10주년 행사하며 콘퍼런스를 하며 ‘지역에서 취재하는 기자를 최소 4명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더 작은 지역, 기초 단위의 보도를 할 수 있는 매체가 되겠다고 말이다.

- 2년 안에 경북의 군지역으로 내가 직접 가는 목표를 세워봤다. ‘삶의 터전을 이주하면서 일해 보면,  그다음 사람들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런 작은 단위의 이야기를 다루며 지역적인 콘텐츠를 계속 생산하는 게 정체성을 확보하는 일인 것 같다.

Q. 넓은 범위에서 질문이 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지역 언론이 힘든 이유는 뭘까?

-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아무도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언론이) 가장 의존하는 게 지자체 광고다. 뉴스민의 재정 상황을 보면 독자 후원금과 콘텐츠 제작 외주 용역도 받고 있고, 아카이빙 용역을 받고 있고 기타 부업을 하면서 채운다.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외주를 받기도 한다. 이런데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아예 광고를 안 받을 수 없겠지만 지역 언론이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최근 지역 언론에서 앞다투어 다루는 게 ‘청년 확보'에 대한 의제이다. ‘왜 청년들이 떠나가나?’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 여기 있지 말고 서울에 가야 일단 성공한 삶이고 광역시에 남아 있으면 2등 삶이고 중소 도시에 남아있으면 3등 시민이라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기업의 규모도 달라지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러면 청년들도 따라가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 지역에서 뭔가를 해볼 기회가 적다. 언론기관 입사 준비 과정에서 스터디 모임 등을 해야 한다고 하자. 대구에서 스터디가 자체적으로 있는 학교는 단 한 곳밖에 없다.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적고. 언론사 공개채용을 하는 매체도 방송사 세 곳, 매일, 영남뿐이다. 고작 다섯 개. 시험을 쳐도 서울에 10대 일간에 더해 방송사 종편, 경제지 선택권이 적은 거다. 선택에 제한이 생기기 때문에 청년들은 떠나가게 되는 것 같다. 근본적으로 선택할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

Q. 결국 지역 언론도 기회를 많이 줄 수 있어야 함께 살아날 수 있다는 것 같다. 그렇다면, 청년들과 함께하는 언론으로서 앞으로 ‘뉴스민'만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 첫 번째는 2~3년 하고 나서 목표가 한 가지 생긴 것이 있는데, 지역에서 기자가 되고 싶은 (언론이 되고 싶은)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겠다는 거다. 밥 먹고 살면서 취재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 ‘뉴스민'도 알리고, 청년들이 취재가 뭔지, 언론이 뭔지 알아가고 자기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청년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 자체를 지역 언론사가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냥 청년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 하나를 만든다고 해서 청년들이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니다. 언론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를 송출할 수 있다면, 주류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다른 청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방송에는 ‘송출'과 ‘제작'의 기능이 있지 않은가. 시청률이 낮더라도 방송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 예를 들어 부산MBC에서도 청년들이 만든 콘텐츠를 일단 송출해 주는 거다. 그런 것처럼 공간과 환경을 우리도 만들어 주고 싶다.

- 두 번째는 앞으로 적어도 2년 간격으로 공개채용을 할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작년에 처음으로 공채를 했다. 공채 전에는 우리가 수입에서 부족하더라도, 아는 사람끼리 언론사를 운영했기 때문에 전반적인 상황 전체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이어서 월급 면에서 타협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식으로 공채를 공고하고 채용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금 확보를 하는 일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고, 청년도 대구에서 살아가며 취재할 수 있도록 꾸준히 인재를 채용하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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